야키토리를 참 좋아한다.

육류의 조리방법 중 구워 먹는 것을, 특히 직화로 굽는 것을 좋아하고,

살코기보다는 특수부위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식 타래나 소금 간도 

내 입맛에 딱 맞기 때문인 것 같다.

광안리에서 가장 애정 하는 사카바는 이제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 자주 실패하던 중에

근처에서 뭔가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듯하여 광안리 놀러 갈 때마다(사실 거의 매주) 뭐하는 곳인가 구경을 갔는데

어느 날 보니 야키토리 전문점이었던 것 같아서 오픈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백탄 입구

방문했을 때가 8월 초였던 것 같다. 

역시나 그날도 사카바 오픈런하려고 달려가던 중에 오픈했나 싶어서 슬쩍 들러보니 "백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이미 영업을 하고 있었다. 

미친소리 같지만 1차로 야키토리를 먹고 2차도 여기서 야키토리를 먹기로 작정을 하고 일단 사카바로 뛰었다.

그리고 사카바에서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먹고 백탄으로 왔다.

좌석은 다찌와 테이블도 몇개 준비된, 광안리 이면도로 쪽 가게 치고는 장소는 널찍한 편이다.

나는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 다찌에 앉았다.

재료가 다찌석 앞에 진열이 되어 있다.
사장님 포스덕에 진짜 일본에 온 기분

뭔가 정말 본격적인 일본식 야키토리를 보여주실 것 같은 사장님의 모습이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부산 정 사장님께서

젊었을 때 모습이 이러지 않으셨을까 하는. 처음 뵈었을 때 연기 속에서 야키토리를 뒤집고 계시던 모습이 너무 강했거든.

 

백탄 매뉴

추천 5종인가? 일단 그걸로 시작해보라고 직원분께서 안내를 해주셨지만 그냥 닭 다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방금 야키토리를 배터지도록 먹고 왔지만 여기 있는 것도 다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으니깐.

술도 좀 취하고 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메뉴판에 없는 것도 두 개인가 있어서 그것도 추가.

 

기본 세팅. 그냥 기본이다.

1차로 먹고 온 야키토리를 입과 내장에서 씻어내기 위해 일단 하이볼 주문

참고로 백탄은 소주가 없다.

쉴세 없이 굽고 계신다.

조금 있어보니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것이였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앉고 조금 뒤부터 웨이팅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새 소문이 난 건지.... 맛이 더 궁금해지던 순간.

다찌석도 시원하게 크다.

 

가슴살

나오기 시작한다.

튀긴 닭이나 물에 빠진 닭에서는 절대 먹지 않는 부위지만 야키토리 전문점에서는 적당량을 불에구워

풍미를 올려 내어주니 먹을만 하다.

 

홀그레인머스타드, 시치미, 와사비, 소금이 같이 세팅이 된다.

보통 나는 뭔가 곁들이지 않고 그냥 먹는편이다. 가끔 와사비나 시치미 조금 정도?

백탄에서는 꼬치에서 야키토리를 쉽게 뺄 수 있도록 저런 포크 같은 것을 주시던데 은근히 편하더라.

 

목살

설명 필요없는 추천부위중 하나.

어깨

닭봉쪽 살로 마늘쫑을 감싸 구워내어 괜찮은 조합을 끌어내셨다.

날개살

젊은 사장님이시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셨구나 짐작이 되는 맛이다.

불향과 타래면 타래, 시오면 시오가 조화가 잘되어있었고 육즙을 상당히 잘 잡으신 것 같다.

당연히 닭의 잡내 이딴 건 존재하지도 않고.

야키토리 굽는 분들이 이상하게 멋져 보이더라. 그래서 계속 찍었음

 

왼쪽부터 다리살, 염통, 허벅지

이날도 좀 많이 마셔서 기억은 가물가물 하다만 생긴게 다리살(안에 들어있는건 파)과, 염통, 허벅지인 것 같다.

 

근위....냐?
가슴연골

생긴건 분명히 가슴연골인데....이게 메뉴에 없지만 추가 되었다고 하셨던 부위중 하나였나..?

닭껍질. 어느 야키토리 집을 가나 제일 궁금해 하고 제일 좋아하는 부위.

이곳 껍질은 지방이 적당히 들어 있어서 바싹함 보다는 풍미를 즐기기에 좋았다.

진짜 닭한마리 껍질 크게 벗겨서 타래 제대로 바르고 구워서 뜯어 먹고 싶다....

일행과 야키쵸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키쵸리 사장님께서 요즘 다치셔서 가게를 못열고 계시는 것 같다는 주제였는데, 옆좌석에서 누가 자꾸 쳐다보셔서

봤는데 야키쵸리 사장님이셨다. 도쿠도쿠 사장님과 함께 오셨더라. 

인사하고 가져오신 술 한 도쿠리 주셨다. 

증류주가 간절한 타이밍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

츠쿠네. 이것도 대중적이면서도 가게마다 스타일이 달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타마고 말이

여기까지가 우리 주문 마지막이었던 듯.

메뉴에 생선이 있길래 뭔가 싶어 여쭤보니 아나고 구이라고 하신다. 내가 방문한 날은 주문이 안된다고 하셨는데

사장님 실력으로 구워주신다면 정말 맛있을 것 같아서 다음 방문 때는 되는지 꼭 여쭈어 보려고.

그리고 생각보다 음식이 빠르게 나와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광안리에는 야키토리 전문점이 많지 않다. 아니 사실 야키토리 전문점 자체가 근래에 좀 늘고 있는 추세지 원래도

잘 없다. 

그나마 광안리에서 유명한 가게들이 사카바와 탄요가 있는데, 탄요는 무조건 예약을 해야 하고 오마카세 위주라

식사로는 훌륭하지만 간단히 술 한잔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고, 사카바는 원하는 부위 시켜서 술 마시기 참 좋은데 

예약도 안되고 손님이 많아 튕기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 오픈한 백탄은 야키토리 마니아인 나에게는 구원투수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선택지가 늘어나고

맛도 좋고 게다가 가게도 넓은 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손님으로 가득 차 있으니 여기도 내 마음대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맛이 좋았고 만족스러웠으니,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또 가볼 생각이다.

나날이 속을 관광자원으로 채우고 있는 기장.
이름난 기장 맛집이나 카페만 돌아다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만큼 뭔가가 참 많다.
특히나 카페는 무슨 번식을 하듯이 생겨나고 있다.
카페에서 얻고자 하는게 멋진 풍경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음료나 디저트가 맛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 필요없고 SNS 감성이 충만하거나 유명한 핫플에 가서 나의 SNS에 박제를 해야 한다는 사람도 분명 있다.

나의 경우는 커피든 베이커리나 음식이든, 둘중 하나는 맛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새로 오픈한 카페들을 다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기장의 공수마을에서 가오픈을 한 브런치카페 모닝베어는 나에게는 완벽한 카페였다.

아침에 점심을 뭘로 할까 고민할때 모닝 베어가 오늘 오픈을 한다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부터 가볼려고 했던 유명한 라멘 가게를 갔었고, 생각보다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은 아쉬움에
멀지 않은 거리니 모닝 베어에 가보자 했다.
중요한 건 우리는 배가 불렀고, 정말 가볍게 커피랑 디저트 정도만 먹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들어가면 빵들이 반겨준다. 이미 빈자리는 듬성듬성 보인다.
문에는 15:30이 라스트 오더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고 우리가 갔을때는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간이라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가오픈인데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 온 것은 아마 사장님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모닝 베어 사장님께서는 이미 광안리 초 핫플중 하나인 텐동 전문점 요이쿠마의 사장님이시기도 하다.
충분히 믿음이 가는 실력이시니 아마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내부는 크지 않다.
그래서 식사를 하시는 손님들을 최대한 배려하고자 하시는 의도인지 음료종류만 주문을 할 경우 테이블을 이용하지는
못한다.
정말 배가 좀 부른 것 같아서 가볍게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려던 우리 계획은 물 건너갔는데, 카페를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참 다행이였던 시스템이었다.

매뉴판이다
이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매뉴를 볼 수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찍어보시길



센스가 돋보이는 신문 같은 모양의 메뉴판. 카페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앞장에 있고 넘겨보면 메뉴들이 보인다.
배가 부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가벼운 요리들을 추천받았다.
그래서 부라타 치즈 & 토마토 샐러드와 아보카도 & 새우 타르틴을 주문했다.


피클을 먼저 내어주신다.
깍두기 물에 씻은 맛이다.
요리에 따라 일반적인 오이 피클이나 비슷한 향의 피클들 보다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부라타치즈 & 토마토 샐러드


부라타 치즈, 줄기 방울토마토, 바질, 유자, 발사믹 소스의 조합.


대박이라는 말을 잘 쓰지는 않는다. 특히나 음식에는.
그런데 토마토에 재료 다 섞어서 한입 먹으니 대박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
당시 나에게는 이 맛에 대한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였다...
특히나 토마토는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아보카도 & 새우 타르틴

 


사워도우, 리코타 치즈, 아보카도, 새우, 완두 순의 조합
담백하지만 느끼하지 않아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출출할 때 간식으로 먹기 딱 좋을 듯.
배부르다고 해놓고선 입 터져서 싹 비웠다.

베어슈페너와 아이스아메리카노


사실 브런치카페나 디저트류가 유명한 카페에 갈 때 커피나 음료의 맛은 포기하고 간다. 둘 다 잡는 곳이 잘 없었으니깐
하지만 모닝 베어는 커피도 맛있더라.
집이나 사무실 근처였으면 커피만 테이크 아웃해서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
커피에 만족해서 다른 음료도 주문했다.
소금 빵도 추가.
부르다고 가벼운 걸로 추천해달라고 해놓고선 자꾸 추가해서 민망했던...

유기농 갈바니나(자몽)과 소금빵


하나 남은 자몽으로 주문. 깔끔한 게 마무리 담당으로 괜찮을 듯.
소금 빵도 모닝빵 같은 식감보다 쫄깃한 것을 선호하는 내 입맛에 딱이었고.



고맙게도 포장할 수 있었던 빵들도 아쉬운 점이 전혀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베이커리 팀이 따로 있으며 매장에 사용되는 빵들은 전부 직접 만든다고 하셨는데, 요리뿐만 아니라 빵 종류에서도
아쉬운 점이 전혀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브런치 메인 메뉴인 모닝 베어 브랙퍼스트나 누볼레, 굴라쉬가 너무 궁금해진다.

지명은 기장이지만 송정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맛도 좋아 장담하는데 멀지 않은 시간에 핫플이 될 듯.
그래서 다시 방문할 때는 오픈런을 해야 할 듯하다.

점심을 두 번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게 먹었으니 조만간 공복에 넣어봐야지.

<기억하자>
라스트 오더는 15:30.
테이블 이용 시 1인 1 식사 메뉴.
주차는 가게 바로 앞쪽 방파제 라인에 가능하나 피크시간 때는 힘들지도.
(근처에 카페가 많아 주말에 많이들 찾을 듯. 아마 모닝 베어도 이제 한몫할 테고)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공수해안길 17(아직 티스토리 지도에 상호 등록이 안된듯)

청송양곱창 별관


언젠가부터 관광객들에게 부산의 대표음식 중 하나는 양대창이 된 것 같다.
노포인 오막집이나 백화는 원래도 유명했지만 SNS를 타고 젊은 층 사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해운대 막창, 해성 막창,
그리고 광안리 막창으로 대표되는 해운대 막창골목 스타일의 대창과 막창을 파는 곳은 비수기가 따로 없다.
남천동의 청송 양곱창 역시 오래된 노포로 찾는 손님이 많아 지금은 별관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빨간 양념을 한 대창과 막창이 예전 부산의 스타일인지 위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노포인 오막집이나 백화
양곱창, 그리고 청송 양곱창도 빨간 양념을 입혀 기름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무슨 이유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부산에서는 소창을 잘 먹지 않는다.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다.
대부분 대창과 막창 그리고 양만 취급하며 소창은 모둠을 시키면 곁다리로 약간 나올 뿐이다.
그마저도 곱도 부실한...
광안리 막창집 같은 경우는 일부러 곱을 다 빼버리고 내어주는 이해가 되지 않는 스타일의 소창도 메뉴에 있다.
부산 사람들은 식감을 중시해서 그러는 건지...
여튼 여기는 소창은 있으나 질기다고 시키지 말라고 직원분이 말씀하셔서 바로 포기.


가만히 있으면 그냥 알아서 다 구워주신다.
양도 제법 많은 편.


기름과 짠맛과 매콤 달콤한 맛이 섞이면 웬만한 맛 다 이기는 것 아닌가....거기다 숯 향까지 입으면 뭐....
메뉴판을 대충 보고시켰는데 난 당연히 대창과 막창을 시켰는데 먹다 보니 왜 막창에서 양의 식감이 나지 싶어서
메뉴판을 다시 보니 막창이 없었다. 당연히 막창이라 생각하며 양을 시킨 듯. 조금 질기긴 했으나 특양이 아님에도
충분히 괜찮았다. 이 정도 양을 특양이라고 내어주는 곳도 많다.


양도 맛있었지만 양념에 버무려 구워진 대창의 맛이 압도적이었다.
해운대 막창골목 스타일의 내장에 지치신 내장 매니아들은 꼭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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