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했던 6월의 어느 주말.
옆동네 양산의 가마등이 sns에 자꾸 보이길래
커피마시고 정신차리러 놀러감.

 

 


수입맥주 전문점같은 안내판 마음에 듬.
입구만 봤을땐 요즘 여기저기 생기고 있는
주택을 개조한 마당있는 카페구나 싶었음.

 

 

내부는 대충 요렇게 생겼고


 

 

입구쪽은 달리 특별할게 없었는데 카페의 창이
바라보고 있는 쪽은 여름의 색깔을 입은 산이
자리하고 있어서 커피를 들이키기 전이지만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음.

산들이 병풍을 치고 있지만 키가 작은 아이들이라 충분히 트여있어 감금당한 기분은 없다.

 

 

아아하나 라떼라나 그리고 산딸기 어쩌고 하나.
산딸기는 직접 재배하신거라고 들은것 같네.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산정상의 평상위에서
막걸리 마시는 기분이 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옴.

 

 

테라스에서 내다보는 경치가 참 좋았는데
눈과 손의 기능이 딸려 그 감정을 넣질 못하겠네.

예전에는 물만 좋아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 풀때기도 이뻐보인다.

조금 더 푸릇해지면 적어도 보기에는 더 시원할 것
같기도 하지만....아마 높은 지대에서 무방비 상태로
때려맞을 햇빛과 사람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벌레들
때문에 한여름에는 테라스에 앉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주차장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 개님.
얼마나 사람들을 많이 봤으면 근처에 가도
미동조차 없음.

 

 

카페 나와서 순매원쪽도 가보고.

여기 위치가 원동인데 봄에 미나리 삼겹살 한번 먹어
보겠다고 들어왔다가 돼지와 미나리를 멸망시키로 온 엄청난 사람들 때문에(물론 나도 파티원이지만)말그대로 차타고 기어다닌 기억이 있기에 봄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때는 아무런 축제도 없는 6월이라 그런지 아니면 망할놈의 코로나 때문인지 가는 길은 의전을 받아 길을 트여놓고 동네 자체를 빌린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한산하더라.

가을은 또 완전히 다를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는 카페.

 

 




몇 년 전부터 맛있는 커피와 빵을 찾아
카페를 돌아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나이 먹으니 그냥 죽치고 앉아있는게
편한 것 같기도 하고...

포항도 몇 번인가 갔었는데 여기만큼 재방문
의사가 확실한 곳은 아직 없었던듯

Do not disturb.

 

정말 마음에 드는 카페 이름. 몸에 타투로 새기고 싶을 정도.

 

빵들이 죄다 미쳤다. 비쥬얼부터가 일단 맛집이고
맛도 비쥬얼을 따라가더라.

 

그냥 이뻐보여서.

 

여기저기 아주 그냥 Do not disturb가 ㅋㅋ


 

 

커피는 스페셜티 아이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빵은 쇼송 오 뽐므 그리고 복숭아 페스츄리 주문.
페스츄리 결이 아주 예술!!

먹자마자 크로와상이 궁금해질 정도.


 

 


정말 진지하게 진득하게 앉아서 소화시켜가며
다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평일에 한번 공복상태로
오리라 다짐하고 마음을 추스림.


 

 

내부도 제법 넓찍하고 주차장도 괜찮고.
빵이 워낙에 맛나서 커피이야기를 안했는데
스페셜티도 준수했음.

다시보니 또 배고프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부산여행시 꼭 먹어야 할 음식에 회를 밀어내고

곱창이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양도시에 물고기 내장이 아닌 어디에도 널린 짐승들의 내장파티가 부산에서 핫하게 열리고 있고

무려 대표음식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외지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은 아무래도 해운대의 "해성막창집"이 아니겠나 싶고, 현지인들에게는 

해운대 막창집의 큰이모님이 독립하여 어머님의 명성을 뛰어넘는 기적을 일으키신 "광안리 막창집"이

인지도가 높은 것 같다.


과거 대표적인 곱창 골목이 있던 수영은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시고 뜯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명랑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면이나 남포의 곱창 골목은 여전히 미어터지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다른 점포들과는 달리 연탄불과 석쇠의 조합으로 고기를 구워내어 전통적인 부산 스타일

곱창의 지존급으로 인정받아온 백화양곱창이 있다.

가게 전면이다.

골목에 있지만, 용역깡패들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버려두고 도망을 간 것 같은 낡아빠진 가건물에 있기에 찾기 어렵지 않다.

그냥 걸어가다가 "에이 설마 여기가?" 라고 생각되는 건물이 있다면 거기다.



코너식 점포를 아는 분들은 아, 이런 식이구나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와씨 이게 무슨 난리냐 할지도 모른다.

얼핏 보면 하우스 같기도 하고....

백화양곱창이라는 간판이 있는 건물을 들어가면 테이블이 여러개 보이고 테이블 사이사이에 앞치마를 입은 분들이 감금당해있다.

셀프감금하고 계신분들은 그 구역의 미친, 아니 점주님들이시고 그분들 주위의 3~4개 정도되는 벤치들이 하나의 점포를 이루고 있다.



간지나는 TV들. 이게 정말 레트로 감성. 힙하다.


이런식의 코너가 여러개 몰려있는 곱창센터라고 보면된다. 보통 점포는 1호집, 2호집 이런 식으로 구별이 된다. 백화양곱창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는 코너

형태의 곱창센터가 드물지 않게 있고, 유명한 서면의 문화양곱창 역시 가게 이름이 아니라 코너식으로 운영이 되는 곳이다.


어느집을 가더라도 매뉴와 가격은 동일하지만 이게 또 신기한 재미가 있는게 점포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재미찾아간다고 아무곳이나 막 앉지 말자. 곤란해진다.

맛없는 집에 가면 재미따윈 아무런 쓸모가 없다.


난 6호집에 갔었고, 그리고 백화양곱창을 방문한 중에 가장 맛있는 고기를 먹었음에도...6호집의 위치를 어떻게 자세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코너형태로 되어 있는 다른 센터와 다르게 여긴 그 점포가 몇호인지 표시를 해둔 것이 없기 때문이다....건물밖에서 좌측 출입문으로 들어와서

쭉 직진해서 마지막집 바로 전 우측에 있는 점포인데....어렵다....;;; 사실 지금은 6호인지 7호인지도 자신이 없다....;;;

어느집이든 동일하다. 간략하게 설명을 하면 일단 저 금액은 대충 2인분 정도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내가 듣기로는 300 그람이라고 했던 것

같으니 2인분 정도이다. 그렇게 치면 곱창치고는 비싸지는 않다. 맨위의 양은 그냥 말그대로 양만 구워주는 것 같고, 밑에 양(모둠)으로 되어 있는

것은 양, 대창, 소창, 염통등 모둠구이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또 소금구이와 양념으로 선택할 수 있다. 양은 제일 비싼부위기 때문에 양만 시키면

당연히 비싸다. 뭐 그만큼 맛있긴 하지만, 양 매니아가 아니라면 모둠으로 시켜서 다양하게 먹는 것이 좋다. 원래 어딜가든 모둠은 잘 안시키지만

여긴 모둠을 시켜도 다 맛있어서 상관없다. 


볶음밥은 가심비 후식인데 왜 가격은 매인가격이냐 할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2인분부터이다. 

볶음밥은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디저트라 보통 2~4000원인데 이건 뭐 일반 식사 한끼 값이다. 하지만 분노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볶음밥이 아니라 양밥이다. 양을 잘게 썰어서 같이 볶아준다. 후식일리가 없다.

배가 너무너무 불러서 너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냥 시켜 먹어보자. 여기까지 또 언제 올려고..


이제 고기 먹는다.

먼저 소금구이 모둠 부터 시킨다.

백화양곱창이 다른 소곱창 집들과 확연히 다른 것이 이 연탄과 석쇠이다. 개인적으로 고기는 연탄불로 바로 때려야 극강의 맛을 쥐어 짤 수 있다

고 생각하는데 기름이 많은 내장들의 특성상 이렇게 주는 가게가 사실 많지는 않다.

내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기름들이 연탄으로 기어들어가면 저주인가 싶을 정도로 연기들이 발광을 하기 시작한다.

막 사람들은 맛있는 식재료의 연기가 눈,코, 입으로 들어와서 신이나서 어쩔줄을 몰라 눈물흘리고 기침하고 막막 그러지.

하지만 가게 이모님들은 감각이 마비가 되신 건지 적응이 되신건지 아주 편안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고기를 구워주신다.


연기는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고 그냥 다른 사람들과 같이 울면서 기다리자. 

부산에 물놀이 하러 와서 수경을 가지고 오신 분들은 혹시나 모르니 살짝 챙겨도 좋을 것 같다.

저번에 옆에 앉아계시던 수도권쯤에서 온 것으로 판단되는 어느 여자분은 울며 달려나가시더니 선글라스를 가지고 오셨다.



기본찬은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



위 사진들은 그 다음 방문때 찍은 것들인데 원래 계시던 할머니께서 보이지 않고 며느님께서 가게를 이어서 하고 계셨다.

대창을 석쇠가 아닌 불판위에 올리시길래 우리한테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 대창은 연기가 너무 심하게 나서 불판위에서

초벌하여 석쇠에 올린다고 하신다. 

확실히 연기는 덜하다. 역시...사람은 배워야 한다.



내장에 불붙는게 이렇게 보기 좋은 장면인지 정말 몰랐다.

말이 필요없다. 그냥 저위에 같이 올라가서 뜯어 먹고 싶을뿐.



뭔가 좀 엉성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연탄불을 무방비로 때려맞은 내장들은 정말 천국의 맛이다.


이번엔 양념



어떻게 보면 떡볶이 같이 생겨서 학교앞에서 주워먹던 맛이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믿어보자. 이건 어른의 맛이다.

불판이지만 양념때문에 역시나 신이나는 연기가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익어간다.

그리고...



다익었다. 잘먹겠습니다.

일단 옆 사람보다 한점이라도 더 먹기 위해 술은 자작하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낸다.

이모님 볶음 밥이요~



젓가락으로 먹는 음식과 숟가락으로 먹는 음식은 그 차이가 천지차이니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사실 이정도 먹는건 두명이선 쉽지 않다. 나랑 이날 함께간 내 친구는 다른건 몰라도 곱창을 먹을때는 마치 내 장기를 비워내고 

눈앞에 펼쳐진 내장으로 내 속을 채워넣는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먹기에 과하게 먹는다. 

이날도 이모님께 둘이와서 제일 많이 먹은 사람이 몇개를 시켰냐 물어봤고 5개라는 대답에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1개 차이로 

실패했다. 강호는 넓다.


부산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다음에 또 오면 되니깐 적당히 드셔도 되겠지만, 만약 멀리서 오신 분이라면 양밥은 제외한다고 해도 

소금이랑 양념 하나씩은 먹어보자. 양밥은 오발탄에도 있고 여기저기 비슷한 맛들 있으니...


아, 그리고 여기 카드가 안된다라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진 않다. 카드 단말기를 숨겨두고 현금유도를 하지만 처음부터 카드를

들이밀면 받아주더라. 내가 갔던 두개의 점포만 그랬던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의 특성상 한 점포에서 하면 다른 점포역시 할 가능

성이 크고, 그리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때문에 카드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 포스팅에 나와있는 점포도 내가 총 3번을 갔었는데 처음 갔을때는 당연히 안된다 생각하고 "카드는 안되죠?" 라고 물으니

역시나 안된다고 하셨다. 처음부터 계좌이체 해드릴 생각이였는데 당시 어머니 사장님께서 계좌이체도 안된다고 하셔서 나가서

현금 뽑아왔었다. 

그런데 두번째 왔을때부터 며느리 사장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옆에 앉은 손님이 계산할때 말없이 카드를 건네니 고이 숨겨놓으신

카드 단말기를 꺼내서 결제해 주시더라. 그래서 나도 나머지 두번은 다 카드로 계산을 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현금을 챙겨가거나 앉으라고 유혹하실때 카드 밖에 없다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생활반경에서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백화를 포함한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이 많은 남포동에 자주 오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여튼 내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은 가보길 추천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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