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네스뵈
* 2015.08.25 ~ 2015.08.31
확실히 레드브레스트 보다는 감칠맛이 나는 작품이였다.
읽는 내내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적당히 내용을 추리해보는 재미를 던져줬고 난 기꺼이 받아먹었다

이상한건 내용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레드브레스트가 나은 것 같은데 둘중 어느 작품에 점수를 주고 싶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네메시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에 대한 접근이 더욱 깊어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제일 신기한건 이거다. 재미있게 읽었고, 80프로가 넘어가면서 머릿속에는 빨리 읽어치워 버리고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야겠다는 욕심이 부글거리고 있었지만.....네메시스의 부제는 "해리의 삽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해리는 계속해서 "이 산이 아닌가벼"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 삽질 중에서는 과연 이게 이렇게 넘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한것도 있었고, 실제상황 이였다면 세간의 이목이 몰린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자꾸 범인을 번복발표하여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고 관두껑까지 손수 덮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결과를 만드는 심각한 결과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래도 뭐...재미 있었다.

읽은 후 소감은...본인은 본인이 정말 우울하고 암울한 놈이라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내가 볼때 해리는 잘되는 놈은 뭘 해도 잘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할 만큼 운을 타고난 놈이구나..하는 뻘 소리정도?



작가: 요 네스뵈.

명성이 자자한 "요 네스뵈"의 작품들중 내가 처음 읽었던건
"헤드헌터" 였고, 사실 약간은 실망을 했다. 아예 처음부터 그의 명성에 기대어 편하게 누워서 게걸스럽게 내용을 먹어치워 버리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

물론 어느정도의 반전-도 역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였지만-을 끼워 넣어둔 마지막 부분들 덕에 읽는 내도록 머릿속을 이리저리 부딪히고 있던"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읽을만 했다"로 바뀌긴 했지만, 모방범을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죄다 줄세워 보고 싶었던 만큼의 감흥은 전혀 없었다. 솔직히 다시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지는 몰랐다.

그런데...어쩌다 이 작품을 구입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구입을 했고, 언제나 처럼 구입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원래 내 보수적인 성격상 새로운 뭔가를 시도한다는 것에 적잖은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때도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짐에서 바벨을 드는 것만큼 버겁다.

특히나 이 작품의 무대가 노르웨이 오슬로라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다. 각지고 마감이 잘 안된것 같은 어감의 단어들이 머리로 흡수되지 못하고 눈동자에 부딪혀 여기저기로 튀어 나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더욱 집중하기는 어려웠고...그것 때문에 나중에 앞장을 다시 찾아보는 수고를 몇번 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안 사람들의 이름 보기를 삼국지 등장인물들을 대충 보는 식으로-삼국지는 등장인물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아서 웬만한 이름들은 그냥 읽고 뱉어버려야 했다- 넘어갔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긁어낼 순 없지만 페이지가 좀 넘어가니 내 눈을 붙들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긴 했다. 여전히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은 없었으나, 맛도 없는 담배나 커피를 계속 마시는 것 같은 중독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지 3일만에 마지막장을 볼 수있었다.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처럼 -물론 그만한 쾌감이나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방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 우와!! 다른 작품도 당장 보고싶다!! 는 아니지만 적어도 네스뵈의 다른 작품에 흥미가 생기게는 해줬다.

작가는 소설이라는 매개체의 활용을 참 잘한것 같다. 역시나 반전이 있었고, 놀라울 정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단순히 예측할만한 것도 아니였기에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는 기분으로 나름 즐겁게 문장들 위를 달려나갔다.

그런데 그 반전이라는 것들은 책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였다. 그게 아쉽기도 했다. 난 도구를 이용한 반전이나 독자에 대한 배신 말고 어떤 상황에서든 당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인위적인 냄새가 덜 나니깐 체감정도가 다를 수 밖에. 그 부분을 아쉬워 하며 이건 영화로 나오긴 글렀구나 하는 쓸때없는 생각도 했다.

난 전자책으로 읽었기에 이놈의 덩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웬만하면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미미여사의 책들보다도 분량이 많은 것 같았다.

어쨌든 간만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고 그 덕에 내 책장에는 오늘 구입한 "네메시스"가 날 기다리고 있다.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이다.

전체적인 느낌은...길가다가 5천원 정도 주운 기분?
이상한 표현이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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