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요 네스뵈.

명성이 자자한 "요 네스뵈"의 작품들중 내가 처음 읽었던건
"헤드헌터" 였고, 사실 약간은 실망을 했다. 아예 처음부터 그의 명성에 기대어 편하게 누워서 게걸스럽게 내용을 먹어치워 버리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

물론 어느정도의 반전-도 역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였지만-을 끼워 넣어둔 마지막 부분들 덕에 읽는 내도록 머릿속을 이리저리 부딪히고 있던"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읽을만 했다"로 바뀌긴 했지만, 모방범을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죄다 줄세워 보고 싶었던 만큼의 감흥은 전혀 없었다. 솔직히 다시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지는 몰랐다.

그런데...어쩌다 이 작품을 구입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구입을 했고, 언제나 처럼 구입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원래 내 보수적인 성격상 새로운 뭔가를 시도한다는 것에 적잖은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때도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짐에서 바벨을 드는 것만큼 버겁다.

특히나 이 작품의 무대가 노르웨이 오슬로라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다. 각지고 마감이 잘 안된것 같은 어감의 단어들이 머리로 흡수되지 못하고 눈동자에 부딪혀 여기저기로 튀어 나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더욱 집중하기는 어려웠고...그것 때문에 나중에 앞장을 다시 찾아보는 수고를 몇번 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안 사람들의 이름 보기를 삼국지 등장인물들을 대충 보는 식으로-삼국지는 등장인물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아서 웬만한 이름들은 그냥 읽고 뱉어버려야 했다- 넘어갔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긁어낼 순 없지만 페이지가 좀 넘어가니 내 눈을 붙들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긴 했다. 여전히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은 없었으나, 맛도 없는 담배나 커피를 계속 마시는 것 같은 중독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지 3일만에 마지막장을 볼 수있었다.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처럼 -물론 그만한 쾌감이나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방금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었다. 우와!! 다른 작품도 당장 보고싶다!! 는 아니지만 적어도 네스뵈의 다른 작품에 흥미가 생기게는 해줬다.

작가는 소설이라는 매개체의 활용을 참 잘한것 같다. 역시나 반전이 있었고, 놀라울 정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단순히 예측할만한 것도 아니였기에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는 기분으로 나름 즐겁게 문장들 위를 달려나갔다.

그런데 그 반전이라는 것들은 책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였다. 그게 아쉽기도 했다. 난 도구를 이용한 반전이나 독자에 대한 배신 말고 어떤 상황에서든 당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인위적인 냄새가 덜 나니깐 체감정도가 다를 수 밖에. 그 부분을 아쉬워 하며 이건 영화로 나오긴 글렀구나 하는 쓸때없는 생각도 했다.

난 전자책으로 읽었기에 이놈의 덩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웬만하면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미미여사의 책들보다도 분량이 많은 것 같았다.

어쨌든 간만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고 그 덕에 내 책장에는 오늘 구입한 "네메시스"가 날 기다리고 있다.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이다.

전체적인 느낌은...길가다가 5천원 정도 주운 기분?
이상한 표현이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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