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진은 없다. 불꺼놓고 방에만 쳐박혀 있는 기간이라 사진이 있을 수 없다.

 

사실 라섹을 망설였던 이유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필수적으로 짱박혀 있어야 하는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다. 일주일은 눈이 없다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노는게 제일 좋은

나에게, 특히나 운동과 술을 너무 좋아하던 나로서는 숨만쉬며 일주일을 은둔해야 한다는게

너무 싫었다. 그런다고 그 일주일동안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 기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하지만....진짜 별거 아니더라.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니더라가 아니라 정말 버틸만한 시간이더라.

 

[수술 후 당일]

집에오자마자 선글라스를 끼고 밥을 먹었다.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지만 배는 고프니깐.

참고로 말하자면 수술후에도 나는 한끼도 굶지 않았고 그렇다고 대충 끼니를 때운것도 아니다.

그냥 잘먹었다.

 

먹고 방으로 가서 커튼을 치고 누웠다. 눈이 시렵다. 뜨겁다. 예민한 분들은 정말 암막커튼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더라. 눈꺼플을 뚫고 들어오는 빛조차도 거슬린다.

들어누워서 예스24 어플을 틀고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가 조금 지나서 그냥 꺼버렸다.

기계여자가 책을 읽어주니 이건 무슨 감흥도 전혀 없고 내용을 들어야 하는게 아니라 뭐라고

하는지에 집중하는 바람에 전혀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눈을 계속 감고 있으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회복이 오히려 더뎌진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앉아서 억지로 눈을 떴다.....가 바로 감았다. 이씨, 안떠지는데 어쩌라고...

하지만 난 빨리 이 지겨움을 청산하고 싶었기에 또 뜨고 감고 뜨고 감고 했다. 

 

그런데 이게 누워있거나 앉아서 눈을 감고 있으면 고통에 신경이 집중이 되어서 더 아픈것 같더라.

눈물도 눈을 감고 누우면 그때부터 흐르기 시작했으니 눈감고 있는게 더 아픈건 확실하다.

그래서 미친것 같지만 억지로 눈을 뜨고 방안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다가 춤울 추기시작했다.

무반주로.(진짜로 췄다)

계속 춤추며 움직였다. 미친놈같았지만 확실히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눈도 덜아팠다. 

 

나중에는 오히려 눈을 감고 있는 것보다 뜨고 지랄을 하는게 확실히 아픔이 덜해서 빨간구두가

멈추지 않아서 지칠때까지 춤을 추었다는 그 빨간구두 이야기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계속 눈을 

억지로 뜨며 움직였다.

 

그러다 피곤하면 쓰러져 울면서 자고 깨면 또 움직이고 반복했다. 

확실한건 이렇게 하니 다른 사람들 처럼 눈물이 줄줄 흐른다던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콧물이 더 많이 나온것 같다...귀신들린것 처럼 휴지를 쓴다는 말을 듣고 수건을

옆에 두고 있었지만 정말 몇번 안썼다. 

 

낮잠을 두번쯤 잤나? 깨서 거의 조금있다가 저녁을 먹었으니 6시쯤이였던 것 같다.

눈에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빛을 보면 시린건 여전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쓰라리던

몇시간전의 고통은 전혀 없었다. 이때다 싶어서 밥을 먹고(선글라스를 끼고) 좀 있어봤다.

 

정말 이대로 끝인가? 10명중 2명이라는 고통이 없는 자가 나였던가 하는 찰나에 다시 

고통이 찾아왔고 나는 다시 일어나 눈을 부릅뜨고 춤을 췄다. 그러다 다시 한번 쓰려져 

잠이 들고 일어나니 또 고통이 없어졌다. 한 두시간 이상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다 이제 잠을 자야지 할때쯤 오른쪽 눈만 시리기 시작했고, 잘됐다 싶어서 억지로 

날 재웠다.

 

새벽3시에 다시 오른쪽 눈이 좀 아파서 깼다. 또 조금 춤추니 괜찮아져서 다시 잔다.

 

말해두고 싶은건 수술 후 오는 고통이 그렇게 엄청나진 않다. 눈에 비눗물 들어가는 것 보다도

안아프다. 다만 눈으로 오는 고통이라 신경이 좀 예민해져 짜증나는건 있다. 비유를 하자면...

신발안신고 걷다가 새끼발가락을 어디 부딪히면 별거 아닌데도 엄청 짜증나는 고통이 오는데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수술 1일째]

6시 40분에 기상했다. 안아프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자. 몇번을 당했던가.

그래도 또 이때다 싶어서 나가서 밥을 차린다. 냉장고 문을 열다가 눈뽕을

맞고 잠시 고통을 느꼈다. 후다닥 밥먹고 침대에 앉아 춤출 준비를 했고,

역시나 고통이 놀러와 춤추라며 반주를 넣어주더라.

그러다 잠들고 다시 일어나니 10시 30분쯤. 

고통이 없다. 

 

그리고 한시간이 지났다.

고통이 없다.

 

그리고 세시간이 지났다.

고통이 없다.

얼레, 정말 끝?

 

그리고 지금 1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고통이 없다.

고통은 만 하루가 안되어 끝이났다.

 

[수술 후 2일째]

여전히 고통은 없다. 

당연히 빛을 보면 눈이 부셔서 제대로 눈을 못뜨는건 있다. 

하지만 별거 아니다. 거실에 나갈일이 있으면 선글라스를 끼고 나머지는

그냥 방에 불끄고 있으면 된다. 

 

언제나 스마트폰, 모니터 등등을 보고 살다가 어두운 방에서 명상하듯 그렇게

눈감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끔 할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원래 정적인걸

되게 싫어하는데 지겹지 않은 시간이였다.

 

[수술 후 3일째] 

이제 일상생활을 준비해야할 것 같아서 혼자 나가서 블루라이트차단+자외선 차단 안경을

맞췄다.

모자+선글라스+마스크의 조합이 개떡같아서 숨어다녔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더 이상했을

것 같다.

 

이제 정말 고통이 날아갔구나 싶은게 눈아플때는 느껴지지도 않던 보호렌즈의 이물감이

살짝 살짝 느쪄진다.

보호렌즈 때문인지 빛번짐은 좀 있더라.

 

저녁에는 산책을 좀 해보기로 하고 걸어서 신세계 백화점을 갔다. 애플워치의 기록을 보면

한 7km 조금 더 걸은 것 같다.

선글라스를 끼고 걸었고 걸어서 얼굴에 열이나 선글라스와 눈사이 공간에 습해져서 그런지

눈이 건조하지도 않았다. 신세계에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오는데 그때서야 눈이 조금

건조해지는 걸 느꼈다. 백화점에서 선글라스를 벗고 있던게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수술 후 5일째]

병원가서 보호렌즈를 뺐다. 눈은 잘 아물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전포동을 돌아다니며 그간 못마셨던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저녁에는 광안리에가서 놀았다.  눈이 좀 건조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호렌즈 빼니 빛번짐도 거의 없다.

 

[수술 후 7일째]

저녁에 잘보이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좀 뿌옇기도 하고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괜찮다.

이때부터 운전도 했다.

 

[요약] 

내가 했던 방법들이 회복을 도왔는지 아니면 내가 체질적으로 고통이 별로 없는 인간인지

사실 모른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아무말 않는걸 보면 참고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1. 수술 후 눈을 감고 있는 것 보다 뜨고 뭐라도 하는게 도움이 된다.딱히 할게 없다면 춤을 추자.

나는 그렇게 했고 고통의 시간은 24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고통은 참을만 하다.

(단, 불끄고 커튼까지 친 어두운 방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2.  1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눈물도 많이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누워서 눈을 감고있으면

그떄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3. 수술하고 다음날까지 눈이 건조한줄도 몰라 인공눈물은 넣지도 않았다. 그러다 그냥 안약처럼 

주기적으로 넣어주란 말이 생각나서 그때부터 넣기 시작했다.

 

4. 눈이 보이고 아프지 않다면 저녁쯤에 선글라스를 끼고 적당히 걷는건 좋은 것 같다.

일주일이 좀 넘었을때인가, 왕복 13키로를 걸었는데 걷는동안 인공눈물이 필요했던 적이

한번도 없다. 땀도 흐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5. 외출할때 인공눈물은 넉넉하게 가지고 다니자.

6. 식사는 한끼도 거르지 않고 다 먹었다.
역시 잘먹어야 건강한게 아닐까 하는...

 

보통은 라섹후에 3일정도 고생스러웠고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하지 않을것이라는 분들도 있었는데....나는 아마 이 기억을 가지고 11일 전으로

간다고 해도 다시 할 것 같다. 

눈이 좀 편해지면서 은둔생활이 지겨워지기도 했지만 수술 후 고통도 너무 힘들거나

오래가지 않았고 온집안의 불을 끄고 오롯이 혼자서 버텨야 하는 시간들도 나름 의미는

있었던 것 같았으니깐.

 

라섹할려는 분들 고민하지 말고 2day라섹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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