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내 머릿속에 박혀있던 수영이라는 곳의 이미지는 삐끼들이 행인들 만큼이나 많은 

부산 성인 밤문화의 양대산맥이였고, 그런 생각때문인지 칙칙한 느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만큼 곱창전문점이 많지 않을때 곱창으로 유명한 동네였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낮의 일이였으며 그 당시는 아주 어릴때라 자라서 술을 주유수준으로 퍼마시고 다니던 시절에도

수영에 간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다 최근들어 생각이 조금 변하고 있는 것이...일면도로가 아닌 마치 동네 잡화점 처럼 골목

구석구석 박혀있는 괜찮은 음식점들 때문인데, 서면이나 남포동같은 번화가의 분위기는 당연히 없으나 

제법 괜찮은 컨셉이나 요리를 가진 가게들이 작지만 강하게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고, 입소문이 난 가게들은 

골목 깊숙한 곳에 있다해도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와 줄을 서고 있다.


오늘 소개할 곳도 수영에서 발견한 고마운 점포 중 하나인 수영 문현곱창이다.(돼지막창이다)


내가 이름을 이상하게 적은게 아니라, 간판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문현곱창 전문" 까지만 적혀있다.

여길 찾게 된 이유도 똑같다. 다른 곳의 곱창을 먹고 싶다 내지는 해운대에서 가기도 번거롭고 먹고 2차를 가기도 애매한

문현 할매곱창을 대신 할 곳이 없을까 하는 그런 이유였고, 요즘 나대신 열심히 곱창집을 소싱하고 있는 파워블로거 꿈나무가

이집을 찾아서 안내해 주었다.


구석에 있고 작다. 소문이 많이 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손님들로 만석이고 먹다가 밖을 보면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많다. 그리 많이 알려진 점포는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 간편한 복장의

동네주민들 같았고 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였다. 두번 방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두번다 그런 분위기였다.



곱창가격은 여느 돼지곱창집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뉴가 군더더기가 없고 심플하다. 이렇게 한가지 메인음식에 힘을 쏟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기본 3인분 부터이며, 양념과 소금을 반반하고 싶었으나 그럴려면 4인분을 시켜야 한다기에(양념2, 소금2)

양념으로 3개를 시키고 기다렸다.


메인에 대한 소개를 하기 전에 기본찬의 라인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시락국.

예전에는 기본찬으로 시락국이 나오는 곳이 많아서 그때는 잘 먹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상당히 보기 힘들기에

생겼던 반가움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락국에 청양고추를 넣었는지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 아주 좋았다.

남포동 포차거리에 자주가던 61번집을 가면 이렇게 얼큰한 시락국을 주는데 그걸로도 소주를 한병은 마신다.

그 맛과 비슷하여 자꾸만 손이 간다. 다만....내가 맛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는 음식이기에 리필을 외치는

손님이 많고 새로온 손님들 상에 내어놓을 것은 따로 챙겨두고 기존 손님들에게 추가로 내는 것인지 저번에는

더 달라고 하니 끓이고 있다고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말을 들은 사람들이 나 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있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인기가 좋은 밑반찬이다.


인심좋게 담아주는 야채들과 간식거리같은 감자도 좋지만 약간은 의아한게 있었다.

사진에 소주잔 앞으로 보이는 것은 창난젓이다. 보통 젓갈은 식사를 시키면 주는데 여긴 초반부터 등판한다. 

그냥 먹으라고 주는 거겠지 했는데 이게 신기하게 곱창을 먹은 뒤 같이 씹어물면 입안에 풍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피클. 곱창전문점에서 피클을 주는 건 생전처음인 것 같다. 정말 이상한 조합이다 싶어서 손도 

대지 않고 있었는데, 먹어본 꿈나무님이 진짜 맛있다고 하여 입에 넣어봤고, 얼마뒤 우린 피클을 리필했다.

곱창의 느끼한 고소함을 피클이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섞여서 새로운 깔끔한 맛을 

선물해 준다.


창난젓과 피클, 두가지 전부 같이 먹어도 괜찮네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잘맞는 조합이며, 이걸 알고 일부러

내어주는 찬이라면 여기 사장님은 정말 전문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념구이 3인분이다. 구이는 상당히 빨리 나온다. 오랜기간 가게를 운영하셔서 그날그날 나갈 양을 대충 짐작을 하시는지 

가게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곱창을 굽고 있고, 거의 다 익어서 나오기에 바로 먹거나 취향에 따라 적당히 더 구워서 먹으면

된다. 우린 듬성듬성 탄곳이 보일정도로 굽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 더 익혔다.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양이 상당히 많다. 갯수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곱창의 크기자체가 다른 집들에 비해

크고 굵다. 따라서 질감은 문현곱창이라는 이름을 달고 대중화된, 혹은 대구식 막창에 비해 질긴 편이다. 

양념은 내 기준에서 맵지는 않지만 소금구이의 느끼함을 충분히 잡아줄만큼은 매콤하다. 고기의 상태도 바짝 말라서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질떨어지는 곱창이 아닌 씹을 수록 고소한 괜찮은 수준인 것 같다.

이건 두번째 가서 양념2, 소금2 주문했을때.

역시나 빛의 속도로 고기를 던져주시고, 구이와 양념이 거의 동시에 나온다.

어느정도 시차를 두고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소금구이는 그렇게 선호하지 않지만 맛에대해 아쉽거나 더 바랄건 없었다.

돼지껍데기는 전문점에 비하기는 좀 그렇지만, 곱창의 사이드로 함께 내는 집들 중에서는 상급에 속할 맛이다.

볶음밥.

주문하면 직접 볶아서 가져다 주신다.

볶음밥은 특별할 것은 없는 모두가 아는 그 볶음밥 맛.


고기 상태도, 양념도, 그리고 양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으며 돼지막창중에 제일 좋아하는 문현동 문현할매곱창 다음으로

맛있는 것 같다. 물론 맛의 순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이제와 생각을 해보면 난 돼지곱창의 맛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문현할매곱창의 고기와 양념을 좋아해서 비슷한 맛을 찾아다니는 것 같으니 사람에 따라 이집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


해운대에서 가기도 편하고 다시 집 찾아 가기도 어렵지 않아서 가끔 즉석으로 돼지 곱창이 먹고 싶을때는 종종 들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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