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이 많은 나에게 늦가을과 겨울은 참 고마운 계절이다.

새우, 방어(당연히 대방어), 과메기, 굴, 대게, 고등어, 도루묵 등등 좋아하는 식재료들 앞에 "제철"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러면 나는 마치 데드라인에 맞춰서 보고서를 써야하는 것 처럼 때가 늦기전에 서둘러, 그리고 충분히 먹기위해 계획을 세우고

맛집들을 알아본다.


석화(굴)도 참 좋아한다. 보통 날로 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다른 식재료들과는 달리 제철이 아니면 좀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그리고...사실 굴을 좋아하지만, 전, 구이, 찜등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또 서두가 길었네. 각설하고, 얼마전 다녀온 괜찮은 가게를 공유하고자 한다. 생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아니였지만 제철이라는 핑계로,

또 집과 멀지 않다는 좋은 이유로 들렀던 곳이다.

바로 재송동 굴 전문점(물론 시즌동안만...), 재송동 오대감이다.


여기 얼마전까진 분명히 오리전문점이였고...간판도 그대로였던 것 같은데....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원래 남천동 오대감하면 굉장히 유명했던 집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오리고기를 주로 하고, 겨울에는 굴을 주력으로 해왔었고, 얼마전 재송동으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그냥 기존 오리고기집에 오대감이 들어왔나보다.



가게 전면은 저렇게 주방을 터놓고 계속해서 굴을 굽고 있다.

나는 한 2주 전쯤인가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운이 좋았나보다.

마침 1~2개의 테이블이 비어있어서 웨이팅 없이 들어가서 앉았는데, 요즘 여길 지나다 보면 가게 앞으로 기다리는 손님이 상당하다.

아마 굴시즌인 겨울까지는 계속 웨이팅이 있을 것 같으니 어느정도 고려하고 가자.



메뉴다. 

위에 메뉴는 사시사철 가능한 음식들일 테고, 요즘 사람들이 줄서서 찾는 건 아래의 굴 메뉴일 것이다.

정말 굴매니아이거나 간단하게 굴이랑 한잔하러 방문한 것이 아니라 식사까지 생각한 것이라면 무한리필 보다는 셋트를 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아래에 설명. 나역시 셋트 1번 소로 주문했다.


              

기본적으로 깔리는 찬과 연장들이다.

냄비안에 보이는건 굴구이가 아니라 가리비다. 지금이 홍가리비가 제철이라 서비스로 내어 주시는 것 같다.

요즘 후기들을 보면 늦게가면 가리비 서비스는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목장갑과, 비닐장갑 그리고 칼을 주는데 목장갑을 먼저 착용하고 그 위에 비닐장갑을 씌우면 된다. 그리고 굴구이가 나오면

칼을 껍데기 사이의 틈으로 찔러 틈을 따라 한번 갈라주고 열면 되는데....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잘못하면 칼날이 부러질 수도 있으니

못해먹겠으면 앞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간혹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처럼.

내용물을 먹은만큼 나오는 껍질들은 테이블 밑의 통에 담으면 된다.



앞에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석쇠위에 하나식 구워먹는게 아니라 이렇게 냄비에 구워진 채로 나온다. 그래서 전형적인 굴구이보다는 약간은 찜에

더 가까운 느낌이 난다.

굴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해산물의 구이나 찜은 신선도가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집이나 저집이나 크게 차이가 나기 어렵다. 

대부분 얼마나 양질의 재료를 썼느냐, 그리고 양이 어떠냐에 따라서 착한집과 그렇지 않은 집으로 나뉜다.

오대감의 굴을 일단 실했다. 크기도 크고 식감도 탱탱한게 딱 머릿속에 있던 먹고 싶은 굴구이의 맛이였다. 양도 많았다.


대부분 굴찜이든, 굴구이든 날것 그대로의 석화를 주문하지 않는 이상 나오는 양은 상당하다. 어딜가든 그렇더라. 그리고 바다의 우유라 불리울 정도로

영양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어느정도 먹으면 느끼해지기 시작한다. 오대감도 마찮가지였다. 재료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굴구이나 찜은 많이 먹으면 항상 그랬다. 오대감에서도 굴이 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만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따라서 아마 난 무한리필을 시켰으면 두번도 제대로 못먹었을 것 같다.


그래서 식사를 생각하신다면 세트를 추천한다는 것이다.


입이 좀 느끼해지고 굴구이가 질려가고 있을 무렵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준 보쌈.

입이 쉬지않고 음식을 계속 먹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놈들이였다.

다만 야채가 좀 아쉽더라. 처음 주는 배추의 양도 좀 적고, 너무 컸다. 잘라먹으면야 되지만...뭐 그랬다.



대충 이정도 먹었다.

나쁘지 않다. 아니 괜찮은 곳이다. 괜찮은 식재료라고 판단이 되지만 가격에 거품이 없고, 양도 만족스럽다.

사장님 이하 직원분들도 친절하셨기에 딱히 불만이 생기진 않았다.

물론 이제 다시 방문을 한다면 길어진 웨이팅이 짜증이 나겠지만.....



가게 맞은편 골목에 주차장도 있다.

요즘 보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10시에도 북적거리더라.

이왕 가서 줄서서 먹을거면 가리비라도 서비스로 받을 수 있도록 조금 일찍 가는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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